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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룸 넥스트 도어 리뷰: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찾는 삶의 의미

by kinderports 2024.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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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룸 넥스트 도어 리뷰: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찾는 삶의 의미

 
룸 넥스트 도어
유명 작가인 ‘잉그리드’(줄리안 무어)는 오래전 잡지사에서 함께 일했던 절친한 친구 ‘마사’(틸다 스윈튼)가 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간다. 연락이 닿지 않았던 시간 동안의 안부를 묻고 서로가 처한 현재의 문제에 대해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마사’는 ‘잉그리드’에게 중요한 순간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부탁하는데…
평점
-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틸다 스윈튼, 줄리안 무어, 존 터투로, 알렉산드로 니볼라, 후안 디에고 보토, 라울 아르바로, 알렉스 회그 안데르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영어 장편영화 룸 넥스트 도어는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줄리앤 무어와 틸다 스윈턴이라는 두 배우의 만남은 영화에 깊은 울림을 더하며, 알모도바르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삶과 죽음, 친구와 가족, 인생의 존엄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알모도바르의 독창적인 미학과 상징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줄거리: 오랜 친구와의 마지막 여행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 잉그리드(줄리앤 무어)**가 신간 출판 기념 사인회에서 우연히 옛 친구 **마사(틸다 스윈턴)**의 소식을 듣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한때 유력 언론의 종군기자로 명성을 날리던 마사는 현재 자궁경부암 3기로, 더 이상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병실과 집을 오가며 대화로 수십 년의 공백을 메워갑니다. 그러나 마사는 점점 죽음을 받아들이며 자발적 안락사를 결심하고, 그 순간 잉그리드가 옆방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합니다. 전장에서 수차례 죽음의 위기를 넘겨왔던 마사에게 동행은 삶과 죽음을 잇는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잉그리드는 마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뉴욕 교외의 별장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납니다.

알모도바르의 새로운 도전: 첫 영어 장편영화의 변화와 익숙함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이번 작품에서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로 영화를 제작하면서도 특유의 시각적 감각을 잃지 않았습니다. 알모도바르의 영화는 늘 강렬한 원색과 보색 대비가 특징인데, 룸 넥스트 도어에서도 이러한 색감이 극을 돋보이게 합니다. 틸다 스윈턴과 줄리앤 무어의 의상은 철저한 색 대비를 이루며, 관객들은 두 배우가 서로 다른 인생과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받습니다. 또한, 알모도바르 영화 속의 뉴욕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뉴욕이 아니라, 그의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된 공간으로, 한층 낯설고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알모도바르는 이번 작품에서 대사량을 줄이고, 텔레노벨라적인 과장된 전개도 절제했습니다. 평소 스페인 영화 특유의 감정 과잉이 주를 이루던 그의 연출 스타일에서 벗어나, 더 차분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죽음과 삶을 다루었습니다. 이로 인해 룸 넥스트 도어는 전작들보다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며, 죽음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생에 대한 집착이 더 진중하게 전달됩니다.

죽음을 통해 되살아나는 삶의 감각

 

 

룸 넥스트 도어는 단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는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감각을 일깨우고, 끝이 정해진 상황 속에서도 살아 있는 순간의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마사와 그 곁에 있는 잉그리드는 삶의 존엄성과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되며, 이 과정에서 알모도바르는 관객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제공합니다. 두 사람이 마주한 종말의 공포와 불안은 단순한 슬픔이 아닌, 존재의 가치와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도구가 됩니다.

특히 영화는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를 인용하며, 인물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알모도바르의 컬러 팔레트와 호퍼의 작품이 결합된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기며, 인물들의 고독감과 고통을 더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두 배우의 명연기와 오마주

 

틸다 스윈턴과 줄리앤 무어는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으로 자신의 대표적인 캐릭터들을 오마주합니다. 아픈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며 대화 상대가 되는 잉그리드는 줄리앤 무어가 싱글맨에서 보여준 찰리와 겹쳐지고, 딸과의 관계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마사는 틸다 스윈턴이 케빈에 대하여에서 연기했던 에바와 닮아 있습니다. 두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도 인물의 내면을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하며, 죽음을 앞둔 인간의 고독과 그 곁에 있는 사람의 복잡한 심경을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또한 틸다 스윈턴은 이번 영화에서 1인 2역을 맡아 두 인물을 교차하며 연기하는데, 이는 어댑테이션에서의 영화사 간부 발레리와 놀라운 유사성을 보입니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과거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잦아, 두 배우의 오랜 팬들에게는 또 다른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종말 앞에서 되살아나는 삶의 존엄성

 

룸 넥스트 도어는 죽음이 다가올 때 깨닫게 되는 삶의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알모도바르는 이 영화에서 전쟁, 질병, 기후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등 전 세계적 재난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다룹니다.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단순히 죽음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삶과 존재의 존엄을 다시 일깨우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예정된 종말 앞에서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으로 하여금 생의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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